어릴적에

설 명절만 되면

괜히 맘이 설레곤 했는데..

아마 이런 설레임은 모든 이들이 다들 겪어보았을 거다.

 

하지만 나는 설 명절 자체 보다도

설에 입는 한복때문에 더 설레였다.

 

이번 설에는 어머니께서 아마도 설빔으로 한복을 사주실거야..

하는 생각에

설이 되기만 고대하고 고대했다.

 

하지만 나의 바램은 여지없이 무너져 버렸는데..

어머니는 어릴때 사는 한복은 몇번 입지 못한다며

사주실 생각을 하지 않으셨다.

 

하지만 우리집 앞에 나랑 나이가 같은 불알친구인 강모군은

항상 명절만 되면 한복을 입고 자랑스럽게 돌아다녔다.

뭐.. 이건 나만 부럽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난 그 모습을 보면서 어머니를 한없이 원망해야 했다.

 

그러던 초등학교 마지막해에

그렇게 고대하던 한복을 입어볼 수 있었는데.. 그 감동은 이루어 말할수 없었다.

 

그런데

어머니께서 시장에 가셔서 사온 한복은

어린이용 마지막 사이즈였다.

 

내가 다른 사람들 보다 팔이 길고 어깨가 넓어서 인지..

팔길이가 약간 짧았지만..

그래도 나는 너무나 좋아 식구들 앞에서 패션쇼까지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웃긴것은 설날이 되서 난 한복만 입고 성묘를 갔다 오는 바람에

감기가 걸린것인데..

그것도 위에 잠바라도 입으라는 어머니 말씀을 난 죽어도 싫다고

한복만 입겠다고 우겼다가 감기에 딱 걸렸다는 것이다.

 

이제는

아버지, 어머니 회갑과 칠순, 그리고 결혼한 덕분에

집에 한복이 몇벌되어서 명절때 마다 부모님께

입고 절을 드렸었는데..

 

요즘은 한복을 입지 않는 날이 잦아졌다.

 

가끔 옛날 생각하면

집에가서 한복 입어보고 싶은 생각도 나지만,

집사람한테 정신나간 사람처럼 보이기 싫어서

그렇게 못하고 있다.

 

내년 설 명절에는 꼭 한복입고 세배도 드리고, 성묘도 가고 그래야 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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